태극기 휘날리며 돌아온다는 지킬 수 없던 약속
6.25 전쟁 참전용사 유해발굴 현장에서 이진석 하사의 유골을 찾았다는 전화가 오고 진석은 자신이 찾는 진태의 유골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한다. 답답한 마음에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기 전 고이 모셔둔 오래된 가족사진과 구드를 꺼내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1950년 공부를 잘하는 진석(원빈)과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구두닦이 일을 하는 형 진태(장동권)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엄마(이영란) 그리고 진태의 약혼녀 영신(이은주)은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곧 북한군이 넘어오고 가족들은 외삼촌댁으로 피난하기 위해 기차에 타려 하지만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가지 못한다. 그때 지나가는 군용 트럭에 진석이 징집대상자로 끌려가게 되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진태도 함께 전쟁터로 가게 된다. 진태는 장교에게 부탁해 진석과 함께 지내게 되고 무공훈장을 받으면 심장이 약했던 진석을 전역시킬 수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애국심도 충성심도 없이 오직 동생 진석을 전역시키겠다는 목표 하나로 모든 전투에 적극적이고 참여했다. 곧 전쟁영웅이 되었으나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으로 바뀌고 있었다. 늘 무모한 전투를 이끌어 가는 진태로 인한 전우의 죽음이 있었고 고향 후배 용석의 죽음도 있었다. 이 사건들로 진석은 진태에게 분노하고 있다. 계속된 후퇴로 서울에 남아있는 가족을 보러 간 진석은 영신과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방첩단에 끌려가게 되고 동생 진석을 쫓아온 진태가 영신을 구하다가 청년단장의 총에 영신은 세상을 떠난다. 이후 진석이 갇힌 창고는 화재로 불태워지고 진석은 양주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한다. 부대로 복귀한 그는 다친 몸을 치료 후 의병제대를 준비한다. 한편 동생 진석이 화재로 사망한 줄 알고 있는 진태는 동생과 연인을 모두 잃은 분노에 북한군으로 전향하고 인민군 부대를 이끄는 사람이 된다. 이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진석은 제대를 하루 앞두고 진태를 구하기 위해 전선으로 향한다. 극적으로 진태를 만났지만 그는 이미 광기에 사로 잡혀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진석을 공격한다. 진석의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는 절규와 외침으로 이성을 되찾은 진태는 곧 뒤따라 가겠다고 말하고 동생을 먼저 내려보낸다. 진석의 탈출을 위해 반대쪽 인민군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며 싸우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2004년 나이 든 진석은 유골 옆에 있던 자신의 만년필을 보고 형인 것을 알고 오열한다. 과거 진석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와 어미니와 재회하는 정면을 내보내며 끝난다.
다시 보기 힘들 전쟁영화
감독은 '쉬리' , '은행나무 침대', '게임의 법칙' 등 당시 흥행 영화를 만들었던 강제규 감독이다. 주연은 당대에도 최고의 배우였던 장동건과 원빈 배우가 출연했다. 진태의 약혼녀 역할은 보고 싶은 얼굴 이은주 배우가 맡았고 최민식, 김수로, 정두홍, 조성모 배우도 특별 출연했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스케일만큼이나 수많은 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했다. 주로 경상남도 합천군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당시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170억이 투입됐다. 당시 스토리 수정 요구를 거절해 총 한 자루 지원받지 못한 일화도 있다. 관객수는 1174만 명을 기록했다. 이영화는 실제 전쟁터에 있는 듯한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가고 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에 두려워하는 장면이나 공포심에 싸우기보다 피하고 도망가기 바쁜 군인들의 모습은 영화를 현실감 있게 몰입하게 만든다. 실제 감독도 전쟁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알리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국내에 이런 스케일의 전쟁 영화는 보기 쉽지 않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
2024년 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슬픈 영화를 선호하지 않아 안 보려 했지만 좋은 영화라는 사회분위기와 슬로건이 개봉 연장이라는 특이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몇 안 되는 남자끼리 봐야 좋은 영화라는 소문이 있었다. 남자 선배와 극장에 가게 되었고 영화가 끝난 뒤 적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슬프기도 하지만 먹먹하고 아련한 눈물이었다. 그 이후 두 번 정도 영화를 다시 봤던 기억이 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보리쌀로 한 끼 때우려다 빨갱이 누명 쓰고 희생됐던 이들이다.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은 그들의 희생 위에 지어진 것이다. 아직 못 봤다면 과거에 이런 영화도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추천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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