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승이(하지원)는 중국어 통역관으로 외교업무를 보고 있다. 종배(김희원)에게서 누군가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1993년 인천 사채업에 종사하는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딸과 함께 지나가는 불법 채류자 신분인 명자(김윤진)에게 빚진 돈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담보를 요구했지만 명자는 돈도 담보도 없다고 맞선다. 이에 두석은 내일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통보하고 어린 승이를 담보로 데려간다. 하지만 명자는 약속한 시간에 돈을 가져오지 않았고 그녀가 출입국 관리소에 잡혀있는 것을 알게 된다. 명자는 돈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불법체류자로 신고되어 추방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일 자신의 나라로 추방된다. 명자는 두석에게 승이 큰아버지가 돈도 갚아주고 승이를 데려갈 거라고 말한다. 약속한 날에 승이 큰아버지에게 아이를 데려다주고 돈도 받았지만 두석과 종배는 어쩐지 허전하다. 승이를 데려간 큰 아버지는 아이를 룸살롱에 30만 원에 팔아넘겼다. 후에 알게 된 두석은 승이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주소를 알 길이 없다. 승이는 룸살롱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어렵게 아이를 찾은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키우게 되고 세월이 흘러 승이는 숙녀가 되었다. 어느 날 중국에서 연락이 온다. 명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녀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승이와의 마지막 만남을 갖지만 명자는 정을 떼려고 승이를 모질게 대한다. 마지막으로 명자는 두석에게 승이의 친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수소문 끝에 한국 여자와 재혼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승이 친부를 찾았고 승이와 만나게 한다. 하지만 승이는 핏줄이 같은 낯선 아빠보다 두석이 더 신경 쓰인다. 두석에게 전화 걸어 '아빠'라고 부른다. 기뻐하는 두석은 승이를 데리러 가다가 뇌졸중 증상을 보이며 오토바이 사고를 낸 후 자취를 감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도 종배와 승이는 두석을 찾고 있지만 매번 허탕만 친다. 길거리 현수막을 보고 뭔가가 떠오른 승이는 '박승보'라는 이름으로 두석을 찾아낸다. 두석이 있는 복지원 원장은 십 년 전 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뇌경색 상태가 진행되어 기억이 날아갔고 신원을 증명할 물건이 없어 두석이 노트에 써 내려간 '담보'와 '박승보' 글자 중 박승보를 임시 이름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승보'는 승이가 어려서 현수막을 보고 지어준 두석의 이름이었다. 승이는 두석에게 구두를 신기다가 오래된 통장을 발견하고 담보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통장기록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승이의 결혼식날 승이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는 두석은 승이 이름을 부르며 기억을 떠올린다. 두석, 승이, 종배는 가족사진을 찍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 몰입되는 주연들의 연기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배우들의 구성이 단조롭다. 출연한 배우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영화는 몇몇 배우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성동일 배우가 연기한 두석 역할은 사채업자다. 나쁘지만 정이 많은 캐릭터이다. 화내고 짜증내고 소리 내서 웃고 기뻐하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인데 담보로 데려온 어린 승이에게 빠져드는 표정 변화는 영화 보는 동안 즐거웠다. 영화의 최고의 수확은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라는 아역 배우의 캐스팅이라고 말하고 싶다. 박소이는 '담보'로 300 대 1의 경쟁을 뚫은 아역배우다. 2012년생 답지 않게 몰입도 강한 연기를 보이며 '다만악에서 구하소서'의 다른 장르 영화도 연달아 출연한 미래가 촉망되는 연기파 배우다. 아빠 역의 성동일 배우와의 케미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뻔하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영화
영화 '담보'는 포스터만 보더라도 예상 가능한 신파극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디테일한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에 빠져있었다. 성동일 배우와 김희원 배우의 아빠와 엄마 역할을 보는 듯한 연기 호흡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두석의 '다음에 보물이 돼서 담보야'라는 대사나 귀여운 승이의 작명 쎈스 등의 대사들도 좋았다. 구조된 어린 승이가 잠에서 깨어나 방문 벽에 붙은 서태지 포스터를 본 후 '집으로 왔구나'라고 생각하는 듯 안도하며 웃는 모습은 지금도 떠오르는 장면이다. 예쁘고 행복한 가족 드라마를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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